악은 실재가 아니라 선의 결핍(privatio boni)이다(Augustine, Enchiridion, 3.11).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실 때에 가지셨던 최종적인 목적인 ‘선’에서 벗어난 모든 것이 ‘악’이다. 다시 말해서 하나님의 창조의 질서와 올바른 사랑의 질서를 전복시키는 것이다. 그래서 아우구스티누스는 악을 ‘잘못된 사랑의 질서’라고 불렀다(De Civitate Dei, 15.22). 하나님의 판단기준을 거부하고 자신이 세운 잘못된 기준을 지성으로써 받아들이는 것이 ‘악’이다. 그리고 그러한 악을 향하는 지성적 피조물의 조건이나 상태를 ‘악함’(malitia)이라고 부른다. 인간과 같은 지성적 피조물들이 도덕적으로 선하다고 판단 받을 만한 영혼의 올바른 힘과 아름다움을 결핍하고 있는 상태를 가리켜 ‘악덕’(vitium)이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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