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약
[라] confoederatio [영] covenant

1. 용어의 배경과 의미: 언약이란 말은 구약에서는 베리트라는 히브리어가, 칠십인역에서는 디아데케(διαθήκη)라는 헬라어가 사용된다. 이는 ‘언약을 세우는 행동이나 의식’ 혹은 ‘양자 사이에 계약을 성립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신약으로 넘어가면서 ‘유언’을 의미하는 ‘언약’(testament)이란 용어가 사용되었다. 베리트는 주로 동사 카라트(문자적으로 ‘자르다’라는 뜻임)라는 말과 함께 사용되는데 ‘언약을 자르다’라는 뜻을 함의하고 있다. 이는 짐승을 갈라 언약 의식을 체결하는 고대 중근동의 의식을 반영한 것이다. 모세오경이 기록되었던 주전 15세기 경 중근동 지방에서는 종주권 조약이라는 것이 있었는데, 한 나라의 제후(suzerain)와 그에 의해 책봉된 봉신(封臣, vassal) 사이에 체결되는 언약이다. 이 계약 관계는 대등한 관계일 수 없으니 그 관계 속으로 불러들임을 받는 것 자체가 봉신으로서는 영광스러운 특권이었다. 하나님과 이스라엘 백성 사이에 맺어진 언약이 바로 이러한 계약 구조를 가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당시 이 계약의 구조는 일곱 개의 부분으로 이뤄지는데 ①발기인이 명시된 전문(前文) ②역사적 서언 ③의무 조항들 ④계약문서의 보관과 공개적 낭독 ⑤증거와 징표들 ⑥계약의 준수와 위반에 따르는 축복과 저주들 ⑦짐승을 반으로 쪼갠 사이를 제후와 봉신이 함께 지나가는 계약 체결 의식이다. 이처럼 하나님은 당신과 맺은 언약의 엄중함과 신실함을 당대 계약체결 의식을 통해 이해시켜 주신 것이다(창 15:9-17).
  2. 언약의 종류: 인간의 구원과 관련된 세 가지 종류의 계약적 성격을 띤 언약이 있다.
  1)행위언약(covenant of works): ①창조의 주권자이신 삼위 하나님과 그분께 전적으로 순종할 책임이 있는 인류의 대표인 아담과 맺으신 언약으로서 행위를 담보로 하는 언약이다. ②계약의 내용은 무조건적 순종을 조건으로 하고 있으며, 언약을 지켰을 경우에는 생명의 약속이, 어겼을 경우에는 육체적, 영적, 영원한 사망이 형벌로 주어진다. ③행위언약의 유효성에 관하여는 부분적으로는 과거의 일이지만 부분적으로는 아직도 유효하다. 그리스도의 의를 받아들이지 못한 불신자들에게는 이 언약이 가지고 있는 완전한 순종이라는 요구가 아직도 유효하지만, 타락 이후 어떤 인간도 이 조건을 완전히 만족시킬 수 없기에 이 언약은 무력하다. 그리스도만이 이 법적 요구를 완수하셨기에 그리스도의 의를 전가 받은 신자들에게 있어서 이 언약은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 즉 영생을 얻기 위한 지정된 방법으로서는 행위언약은 폐기되었다.
  2)구속언약(pactum salutis, covenant of redemption): ①은혜언약의 기초가 되는 언약으로서 스가랴 6장 13절에 나타난 ‘평화의 의논’, 곧 성부, 성자, 성령 하나님 사이에 이루어진 인간의 구속을 위한 의논을 말한다. 하나님의 영원한 작정 속에 있었던 계획이다. ②구속언약의 내용은 첫째, 성부는 성자에게 사람의 몸을 입혀 성령으로 잉태하여 이 세상에 태어나게 하시고, 이 세상에 계시는 동안 그와 함께 하시며, 인간의 구속을 위하여 고난을 받고 죽으시면 그를 다시 살리시어 만왕의 왕, 만주의 주로 삼으실 것을 약속하셨다. 둘째, 성자는 하나님의 명령에 순종하여 비천한 인간의 몸으로 이 세상에 오셔서 인생의 고통을 다 당하시고, 율법 아래 복종하시며, 인간의 죄를 짊어지고 십자가에 죽으실 것을 약속하셨다. 셋째, 성령은 성자께서 성부의 뜻을 행하고 지상에서 그의 사역을 감당하시도록 능력을 주실 것을 약속하셨다.
  3)은혜언약(covenant of Grace): ①인간의 구원과 관련된 언약으로 그리스도를 머리로 하는 선택된 백성들과 하나님 사이의 언약을 말한다. 아담과 맺으신 행위언약과 대칭을 이루는 이 언약은 인간의 행위를 담보로 하는 것이 아니라 일방적으로 부어지는 하나님의 은혜를 표현한 언약이다. ②은혜언약의 내용은 ‘나는 너희와 너희 후손들의 하나님이 되리라’라는 신구약의 모든 약속들이다. 이 언약은 구원받은 자들에게 하나님께 순종함으로 계명을 따라 거룩한 삶을 살 수 있게 하는 영적 힘의 공급을 약속한다. 그러므로 은혜언약 안에 있는 자는 그 누구도 단지 능력의 부족으로 그들에게 요구되는 순종을 실천하기에 실패하는 자가 없다. ③은혜언약은 행위언약이 아니므로 공로가 될 만한 어떤 실질적 행위를 요구하지 않는다. 하나님이 선도적으로 주도하시고 우리에게 적용하시는 언약이다. 그러나 이 언약을 받을 때에 요구되는 것이 있다. 언약과 언약 안의 약속들을 ‘믿음’으로 받아들임으로 언약 생활을 시작해야 한다는 것과 자신 속에 있는 새 생명의 원리에 따라 ‘순종’함으로 자신을 하나님께 바칠 것을 요구한다.
  3. 언약의 편무성과 쌍무성: 언약의 두 당사자인 하나님의 주권과 그리스도 안에 있는 백성들의 언약적 의무 중에서 하나님의 일방적 호의나 주권의 측면을 강조하는 것을 언약의 편무성(unilaterality)이라 하고, 하나님의 주권과 함께 인간의 의무 측면을 강조하는 것을 언약의 쌍무성(bilaterality)이라고 한다.

cf. 『구원과 하나님의 계획』, 125; 『청교도의 주일성수, 그 평가와 계승』, 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