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락으로 인해 하나님이 주신 원의(原義)를 상실한 인간은 자신을 하나님 앞에 받아들여질 만하게 만들 수 있는 그 어떤 자원도 능력도 없는 존재가 되었다. 자기의(自己義)는 의롭게 되는 자원을 인간 자신에게 둔 의를 말한다. 이것은 자신을 의롭다고 믿는 정신이며(눅 18:9), 자신의 의로움에 대한 신뢰를 뜻한다. 자기의는 교만이라는 죄의 성향과 일치하며, 죄를 가볍게 여기는 정신이고, 자신을 정당화하는 정신이다. 인간은 구원 받아야 할 절망적인 죄인이라고 규정하시는 하나님의 판단에 전면적으로 부정하며 맞서는 정신이며, 그리스도를 필요로 하지도 않고 온전히 의존하지도 않는 불순종의 마음이다. 신자의 자기의는 소극적인 자기의와 적극적인 자기의로 구분하여 설명할 수 있다. ①소극적인 자기의. 하나님의 요구에 부합하도록 충분히 순종하였다고 생각하고 스스로를 신뢰하는 것, 혹은 혼자의 힘으로 그렇게 살 수 있거나 또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을 말한다. 이것은 하나님에 대한 절실한 의존의 마음 없이도 살 수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래서 스스로 책망받을 것이 없는 상태에 도달하였다고 여기는 마음이다. ②적극적인 자기의. 하나님을 충분히 헌신적으로 섬기고 있다고 믿는 것이다. 이로써 하나님 앞에 넉넉히 받아들여질 만하다고 스스로를 평가하는 것을 말한다. 자기의는 하나님의 창조 목적인 ‘선’을 이룰 수 없는데, 다음과 같은 점에서 악덕스럽다. ①하나님에 대한 절대 의존을 떠난 의이다. ②하나님 사랑에 종속되지 않은 의이다. ③하나님께 대한 순종이 결핍된 의이다. ④하나님의 생명으로부터 떠난 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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