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요약 : 게으름과 욕망
“게으른 자의 욕망이 자기를 죽이나니 이는 자기의 손으로 일하기를 싫어함이니라”(잠 21:25)
I. 본문해설
잠언은 인생의 지혜를 담고 있으나 처세술에 관한 책은 아니다. 구원을 얻은 인간이 다시 하나님을 경외하게 될 때 그가 어떤 질서를 따라 살아야 할지를 보여주는 말씀이다.
II. 게으름과 욕망
A. 영적 생명을 죽임
본문에서 지혜자는 게으름이 영혼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탁월하게 파헤친다. 첫째로, 게으름은 영적 생명을 죽인다. “게으른 자의 욕망이 자기를 죽이나니…”(잠 21:25). 여기서 “욕망”이라고 번역된 단어는 히브리어로 #타아바#인데, ‘욕구’, ‘바람’, ‘정욕’, ‘탐욕’ 등의 뜻으로 해석된다(창 3:6, 시 21:2). 본문에서는 자기를 주인으로 삼고 싶어 하는 모든 욕망을 가리킨다.
“죽이나니”는 생명을 끊어버리는 행위를 말한다. 그런데 게으름이 직접적으로 그의 육체를 죽게 하지 않는다. 그의 영혼과 정신을 죽이는 것이다. 인간이 살아있다는 것은 단지 육체의 생명을 가진 것이 아니라 영혼의 생명도 함께 가진 것을 뜻한다. 그래서 살아있다는 것의 참된 의미는 육체가 생명을 누릴 뿐 아니라 영혼의 생명이 충만해서 주체적으로 자기의 삶을 살아가는 것을 뜻한다. 이는 육체가 살아있어도 병든 영혼으로는 참된 인생을 살아갈 수 없기 때문이다.
영혼은 공간과 관련지어서 생각할 때 한정적 존재다. 눈에 보이는 사물과 같은 방식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볼 수도 만질 수도 없고 그 크기를 잴 수도 없다. 따라서 죽는다는 개념도 육체의 경우와 다르다. 육체의 죽음은 생명의 작용이 회복될 수 없게 끊어져 생명 유지의 능력을 상실하는 것이다. 반면에 영혼의 죽음은 생명이신 하나님과의 관계가 끊어진 것을 가리킨다. 그래서 영혼을 주신 목적에 알맞게 기능하지 못하는 상태, 즉 영혼이 육체를 감독하고 지도하여 인도하지 못할 때 영혼이 죽었다고 말한다. “…네가 살았다 하는 이름은 가졌으나 죽은 자로다”(계 3:1).
인간은 단지 먹고살기 위해서 혹은 순간의 쾌락과 즐거움만을 위해서 태어나지 않았다. 살아있는 영혼으로 가치 있는 삶을 살기 위해 태어났다. 그렇게 살기 위해서는 영혼에 충만한 생명이 필요하다. 그 생명은 영적 생명으로 하나님의 사랑이며 은혜를 통해 주어진다. 하나님을 사랑하는 자는 결코 게으를 수 없다. 사랑 자체의 특징이 바로 열렬함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게으름은 영혼이 병들어 있거나 죽은 상태를 알려 주는 징후다. 여러분이 게으름으로 자신의 생명을 죽이는 자들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B. 일하기를 싫어함
둘째로, 게으른 자는 일하기를 싫어한다. 성경은 게으름을 하나님을 사랑하지 않는 징표라고 보기 때문에 심각한 죄로 본다. “…이는 자기의 손으로 일하기를 싫어함이니라”(잠 21:25). 이 말씀을 우리말로 직역하면 ‘…왜냐하면 그의 두 손이 행하기를 거절하기 때문이다’와 같다. 여기서 “행하기를”은 ‘만들다’, ‘행하다’라는 의미로, 어떤 재료를 사용하여 물건을 만드는 동작을 뜻한다. 이것은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세계의 존재 목적과 신학적 일관성을 가진다.
하나님께서는 세계를 아름답고 선하게 창조하셨다. 그리고 인간의 노동을 통해 그 아름다움과 선함이 더욱 증진되도록 창조하셨다. 인간을 하나님 영광이 드러내는 일꾼으로 사용하신 것이다.
그런데 죄로 인해 인간은 무지하여 가치 없는 일을 위해 수고하고, 또 많이 수고해도 얻는 것이 별로 없어졌다. 원래 하나님의 창조 목적에 부합한 의미 있는 삶을 살아감으로써 이웃과 함께 행복을 누리도록 창조되었다. “형제를 사랑하여 서로 우애하고 존경하기를 서로 먼저 하며 부지런하여 게으르지 말고 열심을 품고 주를 섬기라”(롬 12:10-11). 그래서 인간의 노동은 징벌이 아니라 오히려 축복이고 특권이었다. 이러한 사실은 아담에게 주신 명령에서도 분명히 알 수 있다. “…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에 충만하라, 땅을 정복하라, 바다의 물고기와 하늘의 새와 땅에 움직이는 모든 생물을 다스리라 하시니라”(창 1:28).
여기서 “정복한다”는 폭압적으로 짓밟는 것이 아닌 개척을 의미한다. “다스린다”는 폭력적으로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사물을 질서 있게 하여 더 좋게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그 일은 인간이 하나님을 사랑하고 그분의 뜻을 알고 순종함으로 이뤄진다.
하나님의 자녀로서 인간으로서 마땅히 행해야 할 의무를 다하지 않을 때 그의 영혼은 게으름 속에 죽어간다. 그러니 게으르지 말고 하나님을 사랑함으로 열렬히 살기를 바란다.
III. 적용과 결론
게으른 자는 일하기 싫어한다. 특히 선한 일에 육체는 게으르고 정신은 싫증을 느낀다. 그저 게으름에 빠져 살아감으로써 그의 영혼은 점점 병들어간다. 그런데 하나님께서 인간을 영원불멸한 영혼과 한시적 존재인 육체로 지으신 것은 한시적인 육체로 영원한 의미를 따라 살게 하기 위함이다.
한 번밖에 없는 인생을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살라. 그때 인간은 순간을 살아도 영원에 잇대어 살 수 있다. 그러니 영혼을 죽이는 게으름을 미워하고 그것에서 벗어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