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요약 : 다시 작정한 결심
“내가 너희 중에서 예수 그리스도와 그가 십자가에 못 박히신 것 외에는 아무 것도 알지 아니하기로 작정하였음이라”(고전 2:2)
Ⅰ. 본문해설
사도 바울은 2차 전도 여행 중 아덴에 들러 복음을 전했다. 아덴은 철학자들의 도시였다. 그들에게는 자신들만의 신념이 있었고, 그 신념에 따라 논쟁하기를 즐거워했다. 그래서 복음에 대한 마음은 닫혀 있었다. 사도 바울은 그들과 논쟁할 수 있을 정도로 학문이 형성된 사람이었다. 그는 기독교적 관점에서 그들을 설득하고자 했고, 그들 중 일부는 그의 설득으로 예수 그리스도를 믿게 되었다.
그 후 그는 고린도로 사역지를 옮기게 되었다. 바울은 복음 전파에 관록 있는 사도였으나 고린도에 왔을 때 자신의 심경을 이렇게 토로한다. “내가 너희 가운데 거할 때에 약하고 두려워하고 심히 떨었노라”(고전 2:3). 아마도 그는 아덴에서 한 말씀 사역을 만족스럽게 여기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아덴에서 철학자들과 논쟁한 것이 옳았던 것일까를 반성했을 수도 있다. 만약 논쟁하지 않고 더 힘차게 복음을 전했더라면 어떤 결과가 있었을까 하고 후회했을 수도 있다.
새로운 각도로 본문을 보고자 한다. 사도 바울이 아덴에서 자신이 행한 전도 방법에 대해 전적으로 부인하는 것은 아니다. 철학자들과 논쟁만 하다가 예수를 전하지 않았다면 아마 소수의 결신자도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열매가 많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었다. 그래서 그가 고린도로 들어오면서 “약하고 두려워 떨었노라”고 말하는 것은 사역자로서 하나님의 도우심이 없으면 자신이 이 사역을 감당할 수 없다는 깊은 좌절을 표현한 것이다.
Ⅱ. 다시 작정한 결심
사도 바울은 늘 예수 그리스도를 마음 중심에 둔 사람이었다. 그러나 아덴에서의 사역을 계기로 다시 결심한다. “형제들아 내가 너희에게 나아가 하나님의 증거를 전할 때에 말과 지혜의 아름다운 것으로 아니하였나니”(고전 2:1). 이는 이전에도 이미 알고 있었던 사실이었다. 그러나 그리스도 예수 없이는 어떠한 것도 설명할 수 없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깊이 터득했다. 그는 두 가지를 결심했다.
A. 예수 그리스도를 아는 것
첫째로, 예수 그리스도를 아는 일이다. 그분을 아는 것은 곧 하나님을 아는 것이자 사람을 아는 것이다. 그분은 하나님이시지만 사람의 몸으로 세상에 오셨다. 하나님은 죽으실 수 없는 분이다. 그러나 죽지 아니하고는 우리를 위한 속죄 제물이 될 수 없다. 한편, 완전한 제물이 되기 위해서는 하나님이셔야 했다. 그러나 우리를 위한 죽임을 당하기 위해서는 사람이셔야 했다.
하나님께서는 예수께서 사람의 몸을 입고 이 세상에서 사시는 동안 하나님의 마음을 알게 하셨다. 또한 인간이 겪는 모든 고난과 고초를 다 겪게 하셔서 사람의 처지가 어떠한지를 알게 하셨다. 예수님께서 하나님으로서는 더 알 것이 없으셨으나, 사람으로서는 고난을 통해 하나님께 순종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배우셨다. 그뿐만 아니라 당신 스스로 고난을 당하셨기에 우리가 어떠한 고통 속에 있는지 알고 우리를 불쌍히 여기셨던 것이다.
B. 십자가에 못 박히신 이유를 아는 것
둘째로, 십자가에 못 박히신 이유를 아는 일이다.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에 못 박히신 이유는 다음 두 가지다. 첫째로는, 우리의 죄악 때문이다. 하나님께서 죄를 짓지도 않은 자기 아들을 죽게 하심은 우리의 죄 때문이다. 그래서 십자가는 우리가 누구인지를 말해준다. 우리는 십자가 앞에서 비로소 우리가 어떤 은혜를 입고 어떤 사랑으로 하나님의 자녀가 되었는지를 깨닫게 되기 때문이다.
둘째로는, 하나님은 사랑이시기 때문이다(요일 4:16). 원래 죄를 지은 사람이 형벌을 당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우리를 이처럼 사랑하사 독생자 예수 그리스도를 이 땅에 보내셨다(요 3:16).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하나님 사랑의 분신이다. 하나님의 아들이신 그분께서는 거룩하셔서 죄를 미워하시지만 죄인은 미워하지 않으시고 긍휼히 여기셨다. 그래서 자원하여 우리의 죄를 대신해 죽임을 당하신 것이다.
Ⅲ. 적용과 결론
사도 바울은 그 시대에 목회자로, 선교사로, 신학자로, 전도자로 살면서 수많은 괴로운 일을 만났다. 감옥에 갇히기도, 돌에 맞아 죽을 뻔하기도, 동족들로부터 멸시와 천대를 당하기도 했다. 그러나 고난을 이길 수 있었던 이유는 그의 강인함이나 지도자로서의 자질 때문이 아니었다. 오직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고난을 기억했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이 당했던 시련의 고통 속에서 예수님께서 죽으신 것을 기억했다.
우리가 겪는 괴로운 일들을 어떻게 십자가와 연결해야 할까? 먼저 고난 당하신 예수를 생각하라. 그리고 내 인생이 그분의 사랑 안에 있고 나는 그 사랑을 떠나 살 수 없다는 믿음의 닻을 내리라. 그 과정 속에 죄를 죽이는 탁월한 능력이 임한다. 여러분에게 신앙의 새로운 세계가 열리길 바란다.